[심재열] 풍수지리의 체계와 구조 (4)

풍수 유파에 따른 분류

한국학회 승인 2020.08.31 16:01 의견 0

풍수의 유파에는 2대 유파가 있는데, 풍수이론의 분석기법에 따라 방위파(方位派, 理氣論・福建派)와 형세파(形勢派, 形氣論・江西派)로 구분할 수 있다. 방위파는 방위법・종묘법(宗廟法)으로 알려진 북쪽 복건(福建)지방에서 시작된 풍수법으로, 송조(宋朝)의 왕급(王伋)에 이르러서 널리 퍼졌다. 이 이론은 행성(行星), 즉 오행과 괘(卦)를 강조한다. 또 하나 남으로부터 유입된 풍수이론인 형세파는 형기론이라고 일컬어지는 강서법인데, 이것은 지형과 지세를 강조하며 그에 의해 위치를 결정짓는다.

 

가. 형기론(形氣論)

입지를 선정하는 전통풍수의 원리는 형기론과 이기론 가운데 주로 형기론을 적용하였다. 형기론은 형국론과 형세론(지세론)으로 나뉜다. 형국론과 형세론은 산세(山勢)의 형기(形氣)를 보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형국론이 산세의 형상을 동물과 인간의 형상에 비유하여 장소 선정과 대상지에 접근하고 해석하는 것에 비해, 형세론은 용(龍)・혈(穴)・사(砂)・수(水)를 다루는 점이 다르다.

형세론은 9세기경 중국의 당나라에서 형성되었다. 풍수의 원전인 󰡔청오경󰡕과 󰡔금낭경󰡕에서 막연히 서술되었던 기(氣)의 원리가 이후 팔백 년간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었고, 이러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형기의 논리가 체계화되었다. 이후 용・혈・사・수라는 4분법으로 구성된 논리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풍수론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형국론은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풍수이론으로, 중국의 풍수가 득수(得水)를 중심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산이 위주가 되는 장풍을 중심으로 한다. 산이 많은 자연 환경에서 살아온 한국인들은 산과 자연에 생명을 부여하여 산악숭배사상을 형성시켰다. 즉 “하늘과 땅에도 혼이 있으며, 하늘의 영혼은 하느님이며, 땅의 영혼은 땅님 혹은 토지신(土地神), 지신(地神)이다”라는 것이 자생풍수를 낳은 한국의 사상이다. 형국론은 산형(山形)을 그것과 모양이 닮은 인간・동물・식물 또는 어떤 형상에 비유하여 장소를 해석한다. 형국이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일 때는 닭이 알을 품은 장소가 혈이 되고, 쌍룡농주형(雙龍弄珠形)의 형국일 때에는 여의주가 혈이 된다는 것이다. 형국론은 신라 시대 입당승(入唐僧)에 의해 중국풍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이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토함산에 불국사를 창건한 것도 형국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이기론(理氣論)

이기론은 산세의 모양과 흐름을 보아 혈을 찾는 형기론과는 사뭇 다른 이론체계다. 이기론은 물과 바람의 순환 궤도와 양을 패철을 이용해 측정하여 혈을 찾으며, 좋은 좌향까지 선택하는 방법론이다. 따라서 물과 바람의 순환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득수론(得水論), 혈을 패철로 찾는다는 점에서 패철론(佩鐵論), 좌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좌향론(坐向論)이라 한다.

땅 속의 지질과 지형은 물과 바람의 화학적・기계적 풍화작용에 의해 변한다. 땅 속의 바위와 고운 흙은 양기에 의해 변화된 결과이며, 계속 변화해 갈 것이다. 따라서 그 땅을 변화시킨 땅의 기운인 양기가 어느 방위에서 들어오고 어느 방위로 나가는지를 먼저 살핀다.

양기는 패철을 사용하여 판단한다. 양기가 나가는 방위로 산줄기가 이어지면 땅 속이 흙일 가능성이 높고, 양기가 나가는 반대 방위로 산줄기가 이어지면 단단한 바위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호순신은 󰡔지리신법(地理新法)󰡕에서 물과 바람의 흐름에 따라 땅 기운의 길흉이 12단계로 나쁘고 좋음을 구분하여 나누어진다는 12포태법(胞胎法)을 창안하였다.

이기론의 좌향법은 청나라의 조정동(趙廷棟)에 의해 88향법(向法)으로 공식화되었으며 논리 체계가 분명하다. 이것은 혈처로 불어오는 양기(바람)가 시작되는 방위, 그리고 그 양기의 순환 궤도와 세기(양)를 측정하고, 그 중에서 생물체에게 가장 적당한 양기가 전달되는 방위를 선택하는 방법론이다. 흉한 방위에서 양기가 불어오면 피하고, 좋은 방위에서 불어오면 취한다. 주변 산들도 바람과 물에 의해 형태와 높낮이가 생긴 것이니, 양기를 잘 살피면 주변 산들이 혈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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