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풍수지리의 구조 (4)

물(水)

한국학회 승인 2020.08.31 16:46 의견 0

풍수이론에서 명당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물이다. 풍수(風水), 곧 물과 바람이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이 명당은 물이 있어야만 이루어진다. 󰡔주역󰡕의 기가 발생하는 순서에서 보듯이 모든 생명체에 물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활동성으로 물과 산을 나누면, 물은 양(陽)이고 산은 음(陰)으로 해석된다. “물은 재물을 관리하고 산은 인사(人事)를 주관한다(山主人事 水管財物).”라는 말에서 보듯, 물과 산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조화(調和)를 이룬다.

풍수에서 물의 분석은 물 흐름의 상태, 규모(規模), 흐르는 방위, 수질(水質) 등을 살핀다. 명당은 넓은 바닷가보다 개천이나 작은 강(江)이 있는 곳에 더 많이 이루어진다.

 

가. 물의 규모(規模)와 형태(形態)

물은 강・바다・호수・댐・계곡・연못 등 그 크기와 모양에 따라 구분된다. 명당은 강이나 바다 같은 큰물에서 형성되지 않고, 개천 등 작은 물에서 형성된다. 바닷가의 명당은 바람을 막아 주는 포구(浦口)가 있어야 한다. 포구로 둘러싸인 바닷가에 부드러운 바람이 기운을 만들어 명당이 형성된다. 바닷가에 명당은 포구 안쪽이며, 바깥쪽은 바람이 강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대표적인 경우다. 바닷가에 포구가 크게 둘러싸여 있는 곳은 큰 도시로 발달하며, 작은 포구는 한두 집이 명당을 이룬다. 플로리다 주에 있는 에디슨의 별장도 작은 포구로 둘러싸인 주택이다. 큰 강은 물의 기운이 강하여 명당을 이루기가 어렵다. 명당은 곡선으로 흐르는 강에서 이루어진다. 곡선으로 흐름은 바람의 속도가 약하고 부드럽게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터는 바닷가나 큰 강을 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물이 있는 곳에서 명당이 이루어지는데, 수증기가 작은 물에서 생겨 공기 중에 퍼져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물의 형태(形態)를 풍수에서 ‘궁수(弓水)’라고 하는데, 물이 활처럼 둥글게 굽이쳐 돌아가는 곡선 안쪽이다. 이러한 지세는 지기(地氣)가 모이고 물이 잔잔하여 좋은 집터를 이룬다. 곡선 바깥쪽은 기운이 모이지 않고 배반하는 기운이 있는 반궁수(反弓水)이기 때문에 집을 짓지 않는다.

안동 하회 마을이 대표적이다. 한강은 서울 남쪽을 통과할 때는 마치 활과 같이 굽이굽이 돌아가며 흐르지만, 여의도에서 강화까지는 직선으로 흐른다. 직선으로 흐르는 강 좌・우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기(氣)가 모일 수 없다. 명당은 물이 깨끗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훌륭한 인물이 태어난다. 물의 청탁(淸濁)은 사람의 행복(幸福) 및 건강(健康)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 흐름의 종류(種類)

 

나. 물이 흐르는 방향

산(山)의 높고 낮음과 물이 흐르는 방향은 직접 관련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산이 경사를 이루듯, 산의 경사도와 물의 흐름도 일치하기 마련이다. 물의 경사도와 산의 경사도가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산수동거(山水同去)라 하며 이러한 곳은 결코 명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산(山)의 기운(氣運)과 물(水)의 기운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 서로 부딪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당은 산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서로 부딪치면서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하다. 물이 산의 경사와 반대로 흐르는 경우를 역수(逆水)라고 하며, 이 경우에만 명당이 발생한다. 산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서로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인데 이곳에서는 바람이 잔잔해서 마치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호순신은 󰡔地理新法󰡕 「수론편」에서 “산은 본래 그 성질이 고요한 것이어서 음(陰)에 속하고, 물의 성질은 움직임이므로 양(陽)에 속한다. 양은 변화를 담당하고, 음은 본체(本體)를 관장한다. 음(陰)은 체(體)이고, 양(陽)은 용(用)이기 때문에, 물에서 더 빠르게 길흉화복(吉凶禍福)이 나타난다.”라고 했다. 물은 사람의 혈맥(血脈)과 같고 산은 사람의 형체(形體)와 같다. 사람은 형체를 갖고 있는데 생장영고(生長榮枯)는 모두 혈맥에 의존한다. 이 혈맥이 일정한 궤도(軌道)를 따라 한 몸 사이를 순조롭게 돌면 그 사람은 반드시 편안하고, 일정한 궤도를 거슬러 절도를 잃으면 그 사람은 병(病)에 걸려 죽을 것이다. 이것은 바꿀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그러므로 반드시 물이 오고 감이 산과 합치(合致)되어야 하며 좋은 땅이 될 수 있다.

오국(五局)의 기(氣)에 있어서 생(生)하는 기운[生], 왕성(旺盛)한 기운[旺], 죽은 기운[死], 끊긴 기운[絶]은 각기 그 정해진 방위가 있다. 무릇 물은 각기 그 좋은 방위에서 흘러 들어와 나쁜 방위로 나가는 것이 좋다.

물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행주형(行舟形)지세와 주걱형지세가 가 있다.

강가에서 물의 방향은 아래로 일정하게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러한 강가에서 명당(明堂)이 발생하려면 주걱과 같이 물의 흐름을 걷어 올리는 듯한 지세(地勢)여야 가능하다. 이러한 지세는 물의 기운(氣運)이 음양(陰陽)으로 결합되어 명당을 이룬다.

뉴욕 맨해튼 서부에 있는 허드슨 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반면 맨해튼 서쪽 지역은 물을 걷어 올리는 형태(形態)를 보여 명당을 이룬다. 캐나다 밴쿠버 역시 역수(逆水)에 의해서 이루어진 도시다.

서울은 동쪽에 있는 청계천이 역수지형(逆水地形)이다. 남산에서 흘러온 물이 청계천 7가에서 역수로 만나게 된다. 청계천 7가는 바로 청계천이 빠져나가는 수구(水口)로 이곳이 생기를 만들어 주는 곳이다.

강물을 따라 형성되는 행주형(行舟形)은 명당의 대표적인 형태다. 행주형 지세는 마치 배 혹은 반달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행주형은 흘러 내려가는 강물을 마주보고 퍼 올리는 숟가락 또는 배 형태를 이루고 있다.

숟가락 형태에서는 움푹하게 패어 음식물이 고이는 부분이 바로 명당에 해당한다. 배의 형태로 보면 상부에 가까운 부분이 명당이 되며, 하부는 명당이 되지 못한다.

행주형은 반달 또는 초생달 형태라고도 하는데, 경주(慶州)의 반월성(半月城)과 청주(淸州)・평양(平壤) 등이 행주형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유럽의 런던・파리・비엔나와 미국의 워싱턴・리치먼드・코스마운스・보스턴・디트로이트・시카고 등이 이에 속한다.

 

다. 수구(水口)와 집터

수구(水口)란 물이 양수(兩水)가 합하여 나가거나 낮은 지역에서 개천이나 강(江)으로 흘러나가는 곳을 말한다. 수구는 물탱크의 배수(排水) 밸브와 같다. 배수 밸브가 열려 있으면 물이 고이지 못하고, 배수 밸브가 닫혀 있을 때에만 물이 고일 수 있다. 또 수구는 인체의 항문과 같은 기능을 한다. 평상시에 항문은 닫혀 있는데, 닫힌 항문은 체내 기운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 생명력이 유지되게 한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면 항문이 열리게 되고, 열린 항문은 체내 기운이 빠져나간다. 수구는 지세에서 생기의 발생과 유무에 영향을 미친다.

수구로는 물과 바람이 같이 빠져나간다. 그러나 수구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도 바람은 빠져나가지 않아야 명당이다. 따라서 산으로 수구가 가로막혀 있는 지세(地勢)는 산을 물이 감싸고 돌아나가는 형태로, 산을 돌아 물은 빠져나가지만 바람은 빠져나가지 않는다. 막힌 수구에서는 이러한 형태로 생기(生氣)가 쌓여 훌륭한 인물이나 큰 부자가 많이 배출되고, 반대로 열린 수구에서는 생기가 모이지 않아 명예와 건강 그리고 재물을 잃게 된다.

수구의 용이 백호나 청룡에 관계없이 역수(逆水)를 해야 한다. 역수는 좁은 수구가 되고, 산수동거(山水同去)는 넓은 수구가 된다. 수구 중에서 백호와 청룡의 끝 부분이 겹쳐 있거나 한 지점에서 합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수구는 음(陰)과 양(陽)으로 구분한다. 청룡에서 수구를 만들면 양수구(陽水口), 백호에서 수구를 만들면 음수구(陰水口)라고 한다.

명당은 합수(合水) 지역에서도 형성(形成)된다. 두 개 이상의 개천이나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세(地勢)는 물이 합치면서 기운(氣運)도 합쳐져 강해지기 때문이다.

수구(水口)의 종류(種類)

 

득수(得水)란 처음 물이 보이기 시작한 위치를 말하고, 물이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는 지점은 파구(破口)라고 한다. 혈(穴)은 용(龍)과 물 두 기운이 결합됨으로써 이루어지는 만큼, 지세에 반드시 물이 있어야 명당을 이루게 된다. 골짜기는 물이 없어도 물로 해석한다. 물(水)이 정(靜)한 것은 길(吉)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물이 전혀 흘러나가지 않는다면 그 물은 부패할 수밖에 없는데, 풍수에서는 부패한 물을 극히 피한다. 또한 물이 들어오는 쪽이 보이는 것을 길(吉)하게 여기고 물이 빠져나감이 보이지 않는 것을 길(吉)하게 여긴다.

내룡(來龍)의 우선(右旋) 또는 좌선(左旋)에 따라서 득수(得水) 지점이 오른쪽이냐 왼쪽이냐가 결정된다. 내룡이 우선일 때는 득수가 청룡 쪽에 있어야 명당을 이루고, 내룡이 좌선을 이룰 때는 득수가 백호 쪽에 있어야 명당을 이룬다. 용이 좌・우 혼합된 경우에는 왼쪽이나 오른쪽 가운데 한쪽으로 득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용(龍)이 직선으로 내려갈 때는 물이 오른쪽과 왼쪽 양쪽으로 분산되어 흐르는데, 이 경우를 양파(兩破)라고 한다. 이 지세에서는 재물이나 가족이 흩어지게 된다.

마당에 연못이나 분수, 수영장을 만들어 놓은 집이 있다. 이런 집은 풍수로 보아 그리 좋은 집이 못 된다. 마당에 있는 많은 물은 수분을 만들고, 이 수분은 공기 중에 포함되어 집 안까지 전달된다. 음기(陰氣)인 수분은 공기 중에 있는 양기(陽氣)를 흡수하는 작용을 하므로, 집 안에 늘 양기가 부족하게 된다. 이런 집에서 살면 남자들이 기운을 잃게 되고, 중풍과 같은 질병을 앓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담장을 높게 둘러싼 주택에서는 연못에서 발생된 수분이 외부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집안 전체를 습(濕)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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