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불교와 풍수지리학 (2)

입지선정의 이론적 배경

한국학회 승인 2020.10.02 11:43 의견 0

1. 사찰 입지의 선정 준거

인간이 주거지를 선택할 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자연재해의 가능성이었다. 산악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산과 하천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극복할 수 없다고 느낀 여러 자연 현상에 대해 신성(神性)과 인격성을 부여했고, 이것은 지모신(地母神)이나 용왕신(龍王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자연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전통풍수, 토착풍수 혹은 자생풍수라고도 불리는 민속풍수의 형태로 전승되었다. 따라서 풍수지리는 바람[風]과 물[水]과 땅[地]의 세(勢)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인간생활과 상호교합되는 이치(理)를 장론적(場論的)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여러 사찰들의 입지선정 기준에는 일정한 정형성이 관찰되는데, 각 입지가 갖는 주변 환경, 특히 지리적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사찰이 불교의 신앙행위가 이루어지는 종교적 성지라고 할 때, 사찰의 입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불경에서 서술하고 있는 사찰입지에 관한 내용일 수 밖에 없다.

사찰입지 결정에 영향을 주는 불교의 입지관은 화엄경, 묘법연화경, 금강경, 관무량수경 등에서 묘사되고 있는 극락이나 보살의 상주처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불교 신자들과 스님의 이상향이고 수도공간인 동시에 극락을 지상에 재현시킨 성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극락의 입지는 평탄하고 청결하며 보배로운 나무와 옷으로 장식된 수풀이 우거진 동산으로, 황금도로가 팔방으로 펼쳐져서 소통이 잘 되는 곳(법화경), 시냇물이 흐르고 울창한 수목이 있는 골짜기와, 꽃과 과일나무로 둘러싸인 숲으로 중생의 마음을 바르게 기원할 수 있는 바른길이 있는 곳(화엄경), 평탄하고 넓은 유리포도와 같은 곳, 황금도로가 종횡으로 통하는 곳(관무량수경), 조용한 들과 산을 노래하는 곳(󰡔금강경󰡕)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극락을 구현하기 위해 사찰들은 깊은 계곡과 숲속의 평탄한 대지에 입지한 후, 보배로운 단청으로 치장하고 갖가지 꽃을 재배하여 단아한 가람형태를 조성한다.

밀교 경전의 길지관 연구를 보면 길지의 조건을 격리, 산지, 나무, 냇가, 청정, 기후, 평지로 구분하고 다시 여러 항목의 입지요소로 세분하고 있다. 격리 조건으로는 마을에서 적당히 멀고 안전하며, 마음이 편한 조용한 곳을 언급하고 있다.

산지 조건으로는 산의 정상, 산의 측면, 골짜기를 강조하는데, 이는 주변 속세로부터 방해받는 일 없이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들 수 있는 곳이나 나무나 연꽃과 같은 부드러운 화초가 자라는 곳을 말하는 것이다. 기후 조건은 수도에 적합한 쾌적한 날씨와, 꽃과 같은 관상물을 통해 평화를 느끼게 하고 수도에도 도움을 주는 조경적인 요소를 말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사찰은 죽림정사이다. 본래 석가모니는 두타행과 보살행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한 거처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의 기후적 특징으로 인해 우기(雨期)에 해당하는 3개월 동안은 안거(安居)를 하는 제도가 생겨났고, 이에 따라 유력한 신도들이 원림을 기증하여 승려들이 그곳에서 머무를 수 있게 하였다. 죽림정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최초의 안거처(安居處)였다.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 따르면 죽림정사는 마을에서 다니기에 편리하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며, 세존을 찾아뵙기 쉽고, 낮에 혼잡하지 않으며, 밤에는 조용해서 혼자 있기 좋은 곳에 세워졌다.

그러나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면서 사찰입지는 대륙의 자연환경에 맞게 재구성된다. 즉 중국의 토착산악숭배사상이 불교사상과 융합되면서 산악을 불보살이 머무르거나 나투는 신령스러운 곳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관음보살은 보타낙가산, 지장보살은 구화산, 문수보살은 오대산, 보현보살은 아미산에 머물기 때문에, 그러한 신령한 곳에 사찰이 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열반경에 나오는 불신상주설(佛身常住說)의 근원이 되는 이러한 사상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천이 수려한 땅에는 신령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것을 지령(地靈) 내지는 영지관념(靈地觀念)이라 한다.

불교 전래 이후에는 과거칠불 가운데 하나인 가섭불의 가람터 일곱 곳이 경주에 있었다는 불국토연기설(佛國土緣起說)이 제기되었고, 중국의 화엄사상(華嚴思想)이 수용된 이후에는 불보살이 우리의 산천에 머무르고 있다는 진신상주설(眞身常住說)도 제기되었다.

자장율사는 중국의 오대산에서 친견한 문수보살로부터 “너희 본국 동북방에 있는 명주(溟洲) 경계(境界)의 오대산에 일만의 문수보살이 항상 머물고 있으니 가보라.”라는 말을 듣고 귀국하여 오대산 월정사와 태백산 정암사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화엄경󰡕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에 나오는 법기보살의 진신상주처가 금강산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한국불교에서는 네 개의 사찰을 관음성지로 꼽는다. 남해 금산의 보리암,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 여수 향일암이 그 네 곳이며, 흔히 4대 관음성지라고 불린다.

관음성지란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근본도량이다. 인도에서는 남쪽 해안의 보타낙가산(補陀洛迦山)이, 중국에서는 절강성 주산열도(舟山列島) 보타도(補陀島)에 있는 조음동(潮音洞)이 관음성지이다. 바다가 없는 티베트에서는 키추(Kichu) 강을 바다로 가정하고 강 유역에 있는 라사(Lhasa, 拉薩)를 보타낙가로 본다고 한다.

관음도량은 대부분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기도도량에 얽힌 영험설화들을 간직하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거나 괴로움을 구제하는 보살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보살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나무관세음보살”은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합니다”라는 뜻이다. 관세음보살은 대세지보살과 함께 협시보살로서 아미타불의 좌우에 위치한다. 대부분의 사찰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인 관음전이나 원통전을 두고 있다.

주불전만 있는 경우 주불전의 주존불을 중심으로 지장보살과 함께 협시보살로 위치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의상 대사는 동해안 굴속에서 관세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하고 홍련암과 낙산사를 창건하였는데, 선종 유입 이전의 교종계 사찰은 주로 이러한 방법으로 세워졌다.

경주의 천불시가람지허설 7곳을 비롯한 오대산, 낙산 등에 사찰이 건립되고 그 뒤 전국의 산천이 삼산(三山), 오악(五嶽), 사진(四鎭), 사독(四瀆)으로 개편되어 사원이 건립되어 갔다. 사찰의 입지로는 밀교(密敎)의 󰡔점찰경(占察經)󰡕에 의거하여 간자를 던져 길하다고 판단된 땅, 신명의 뜻에 부합되도록 점을 쳐서 선택된 땅, 혹은 불교와 인연이 있는 신령스러운 땅이 선택되었다. 여기에 지세를 살펴서 입지를 정하는 경향이 생겨나면서 선종유입과 풍수사상 도래 이후로는 풍수적 사찰입지 선정방법으로 발전했다.

가. 입지선정의 의의

입지선정은 어떤 지역의 자연적 특성과 인문적 특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며, 특정한 활동을 펼치기에 가장 최적인 장소를 선택하는 활동이다. 다시 말하면 입지주체가 요구하는 여러 자연적・사회적 조건을 입지조건이라 한다면, 입지주체가 추구하는 입지조건을 갖춘 토지를 발견하는 것, 또는 주어진 토지에 관한 적정한 용도를 결정하는 것을 입지선정이라 한다.

따라서 입지선정이라는 것은 요구되는 조건이나 인자를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주어진 용지를 놓고 이의 최유효이용(the highest and best use)을 결정하는 것 및 조건에 부합하는 입지를 물색하여 선정하는 것을 말한다. 입지와 관련하여 특히 중요시되는 요인으로는 접근성(接近性:accessibility)과 환경요인(環境要因: environment factor)을 들 수 있다.

입지요인의 자연적 요인으로는 자연적 환경, 지형, 토지의 성질 및 지반상태, 기상조건이 있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사회적 환경, 혐오시설 유무, 도로 및 교통조건, 공공시설의 정비 상태가 있다. 행정적 요인으로는 공법상의 규제상태, 사법상의 규제상태가 있다.

나. 동ㆍ서양의 입지에 대한 배치 관념

서양인들이 보는 세계는 인간과 신 혹은 인간과 인간의 대화에 있으며, 자연은 배경일 뿐이다. 서양인들에게 자연은 정복 혹은 착취의 대상이다. 인간의 배타적 위엄을 강조하는 유대교나 기독교에서 인간은 신으로부터 세계와 만물을 지배할 권리를 부여받은 존재이다.

이에 반해 동양인의 자연관(自然觀)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 속에 존재하며, 인간과 자연은 조화(調和)와 균형(均衡)을 이루어야 한다. 동양의 자연은 무엇에 의하여 창조된 것이 아니다. 노자가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라고 한 것처럼, 동양의 자연은 그 스스로가 자유요, 자원이요, 자재인 것이다.

이와 같이 서양 문명은 인본주의에 기반하고 있고, 동양 문명은 자연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서양 문명이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이원론적인 관점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투쟁, 대립, 극복을 이야기하는 반면, 동양 문명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보는 일원론적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야기한다.

풍수는 자연주의의 맥락에서 도읍, 사찰, 주택, 분묘의 입지를 분석하는 지상학이라 할 수 있다. 음양오행설에 근원을 둔 풍수의 분석법인 간산(看山), 음양(陰陽)의 배합・불배합(配合・不配合)과 오행의 상생상극 원리와 양택법을 살펴보면 그러한 이론들이 동양철학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풍수지리는 산에 신령이나 생기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연을 생동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 인간은 이 산천의 정기를 타고 난다고 하여 자연에 인간을 합치시켰다. 자연을 조작하고 정복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여 해치지 않으려는 보완의 자세를 취하였다. 이렇게 해서 입지한 사찰이나 마을, 주택 혹은 궁궐 등은 자연의 제 조건과 일치되어 마치 자연의 일부분인 듯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자연관 혹은 자연개념은 서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며, 우리나라 건축의 배치에 많은 영향을 끼친 독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 입지선정 요인

가. 도로(접근성, 도로환경)

현대에 있어서 좋은 터는 교통이 편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명당이라도 사람이 쓸 수 있을 때 명당이다. 교통이 좋아야 귀한 손님도 오고 복도 들어온다. 교통은 입지선정의 중요한 조건이 되는데, 이는 접근성과 물자 유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지의 성장과 쇠퇴는 교통수단의 시대적 발달과정과 관계가 깊다.

나. 토지 형상(토지 모양)

토지는 네모난 장방형의 모양이 제일이다. 대지는 들쭉날쭉하거나 요철이 심한 대지는 흉상이며, 높은 경사도의 대지는 기(氣)가 설기되어 좋지 않다.

다. 지질(토질, 토색)

모든 식물의 성장이나 결실이 토질에 따라 달라지듯이, 사람도 토질의 기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입지로서 이상적인 토질은 광채가 있으며, 단단하고 습기가 적당해서 탄력을 갖고 있는 마사토나 백토다. 흙 중에는 죽은 흙도 있는데, 윤기와 생기가 없고 수분이 없으며 단단하지 못한 땅의 흙이 그것이다. 단단하지 못하여 발자국이 생겨나는 바닷가의 뻘, 먼지가 일어나는 푸석푸석한 흙, 쓰레기로 메꾼 땅의 흙이 이에 속한다.

라. 조망권(眺望權 : 경관, 쾌적성)

좋은 조망은 사람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고 건전한 사고를 하게 만든다. 건전한 사고를 하는 사람은 정신적 질환이 없어 건강하고 오래 산다. 예로부터 조망이 좋다는 것은 앞이 트이고 앞쪽이 편안해 보여야 좋다는 의미였다, 오늘날의 조망권 역시 이러한 조망과 관련된다.

마. 기맥(氣脈: 氣의 혈관)

풍수의 목적은 땅속에 생기를 찾는데 있으며, 이를 혈(穴)이라 한다. 혈은 한의학에서 침놓는 경혈인 경락의 지점을 말하고, 풍수에서는 산천의 정기(精氣)가 머무르는 곳을 말한다. 땅의 생기를 정기(精氣) 또는 지기(地氣)라고 하며, 기(氣)가 통하는 용맥은 사람의 혈관과 같고, 기는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같다. 기(氣)는 빛이나 형체도 없고 냄새도 없어 설명할 수 없지만, 현대과학에서는 우주적 초 에너지, 우주에너지, 우주의식, 생기 에너지(energy)라고 말하고 있다.

기(氣)에는 천기(天氣)와 지기(地氣)가 있다. 천기는 양택에서, 지기는 음택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기는 만물을 창조하고 생성케 하는 기본요소이다. 기에는 사람에게 좋은 기가 있고 나쁜 기가 있다. 좋은 생기가 모여 있는 음택에 시신을 매장하면 뼈가 그 기를 받아 황골(黃骨)로 변하여 체백(體魄)이 편하고 자손은 복을 받는다. 좋은 기가 모여 있는 양택에 사는 사람은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바. 수맥(水脈: 땅속의 물줄기)

최근 들어 입지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이 땅 밑에 흐르는 수맥이다. 수맥이란 인체의 혈관처럼 땅속에 흐르는 물줄기로서, 지하 10∼40m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고 온도는 평균 13∼14oC를 유지하고 있다. 지구 내부의 마그마 활동(고온 핵반응), 단층 균열, 지구 격자(Global Grid)등으로 인해 발생한 중성자는 수맥 주변에 형성되는 극성과 자성을 지닌 전자기계를 지나면서 인체 및 모든 생물체에 치명적인 파장(감마선 이상: 수맥파를 Micro파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을 발산한다.

수맥은 산소 운반을 담당하는 혈액 속 적혈구의 철 성분을 대전 및 자화시키고, 살균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질병을 유발시키며, DNA 손상 및 변형을 초래함으로써 세포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맥 유해파는 2천m 상공의 비행기, 자동차, 선박에서도 포착될 만큼 강력하다. 서양에서는 수맥파를 종파나 횡파로 밝혀지지 않은 제3의 파장으로 규정하여 ‘Harmful Radiation’이라 표현하고 있다. 수맥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며, 순환작용을 위해 지표로부터 일정한 양의 물을 받아들이려는 자체적인 힘을 발휘한다.

흙과 흙 틈새로 수분을 공급받으려는 힘은 그것을 방해하려는 물체를 파괴하는 작용을 한다. 웬만한 물리적 충격에는 끄덕도 하지 않는 단단한 철골 구조물에 금이 가거나 아스팔트 도로가 쩍쩍 갈라지는 현상은 물을 공급받으려는 수맥에 의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자괴(自壞) 현상이다.

수맥은 중력에 의해서 움직이므로 지상의 지표 높이와는 상관없이 계속적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수맥의 영향력은 산 정상에도 있을 수 있으며 바다 가운데에도 있을 수 있다.

수맥파는 몇 개월 또는 몇 년에 걸쳐 건물에 작용하면서 균열을 일으킨다. 수맥파의 피해를 입은 건물은 보수를 필요로 하게 되며 수명도 단축된다. 수맥파는 정밀기계나 컴퓨터 등 전자장비에도 원인 모를 고장을 일으킨다. 수맥파는 수직파인 저주파로서, 진행 속도가 늦기 때문에 그 영향력 또한 급격하게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나타난다. 수맥은 인간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준다. 수맥에 의한 질병은 현대의학으로 규명하기 어려우며, 잠자리를 바꿔야 치료가 가능하다.

이와 같이 수맥은 동식물의 생육 상태와 건축물 및 수맥 위에 있는 기계의 원인 모를 고장 등 인간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현상은 단층 주택이나 수십 층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수맥은 쾌적(快適)하고 건강한 주거생활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 환경(교육, 근린시설, 환경오염, 공해)

현대 사회생활에서 입지적 환경요인인 학교, 공원, 상가 등 편익 시설의 근접 여부와, 먼지와 소음 및 악취(惡臭)의 심각성 정도인 공해 문제, 주거생활의 안전 등도 입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조건이 된다. 좋은 입지와 나쁜 입지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강한 전류가 흐르는 고압선, 변전소, 가스탱크 등의 위험시설 또는 오물처리장, 연탄야적장 등의 혐오시설이 인접한 곳은 입지환경으로 부적합하다. 또한 대기오염, 소음, 악취 등으로 공해에 시달리는 지역도 입지조건으로 적합하지 않다.

 

3. 풍수사상의 입지요인

가. 지형(地形: 경사도, 사신사)

양택이나 음택은 주변의 사격(砂格)과 보국(保局)이 잘 갖춰져야 장풍(藏風)과 득수(得水)가 되어 좋은 터가 된다. 보국은 집의 담장이 집 주위를 둘러 감싸주는 것처럼, 청룡・백호・현무・주작의 사신사(四神砂)가 집(穴) 주위를 둥글게 잘 감싸서 살풍(殺風)을 막고 기(氣)를 보호하여 온화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풍보다는 서북쪽에서 불어오는 건해풍(乾亥風)이 가장 나쁜 흉풍(凶風)이므로, 서북쪽이 높고 동남쪽이 낮아야 좋다. 사찰입지 역시 서북쪽이 높고 동남쪽이 낮아야 일광(日光)을 많이 받는 좋은 입지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견고하게 부대시설을 했더라도 동남쪽이 높고 서북쪽이 낮으면 건해풍을 막을 수 없고 음지가 되므로 그늘지고 습기가 차서 좋은 환경이 될 수 없다.

경사도는 급경사인 곳은 좋지 않고 완만해야 한다.

나. 지세(地勢: 배산임수, 산하금대)

지세란 산이나 강, 들 등 한 지역의 지기를 이루고 있는 자연 조건을 말한다. 지세는 산과 물로 구분되는데, 지세를 이루는 산에는 청룡・백호・주작・현무의 사신사와 조산・안산 등이 있다. 혈이나 명당은 산과 물의 기운이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는 지세에서 이루어진다. 주산을 중심으로 사신사가 주변 사면을 둘러 감싸고 있는 지세에서 생기가 만들어져, 기가 멈추고 모이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명당을 이룬다. 좋은 터는 첫째, 배산임수(背山臨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산을 등지고 앞이 낮아 물이 있는 쪽을 향한 것을 말한다. 배산임수가 되어야 장풍(藏風)과 배수가 되어 기(氣)의 순환이 잘 된다. 꼭 산을 등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뒤쪽으로 언덕이나 높은 구조물이 있으면 배산과 같은 역할을 한다.

다. 바람(風: 통풍, 장풍)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바람은 장풍이 되어야 한다. 풍수의 핵심은 생기를 취득하는데 있다.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진다. 생기의 멈춤과 모임을 위해서는 바람을 막아야 하며, 바람이 불어서 생기가 흩어지게 해서는 안 되고, 이를 모으면 화순이 된다. 즉 불어오는 바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불어나가는 바람을 막는 방법이다. 물건을 넣고 내어 쓰지 않는 것, 바람을 저장한다는 장풍(藏風)이다. 바람을 넣어 국혈에서 순화(醇化)를 이루어 흩어지지 않도록 한다. 물과 바람은 음양을 조화시키고 생기를 머물게 하여 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필수요건이다.

라. 물(水: 물의 수형, 득파)

풍수에서는 “물이 흘러오는 것”을 득(得) 또는 천문(天門)이라 하고, “물이 흘러 나가는 것”을 파(破) 또는 지호(地戶)라 한다. 천문은 넓게 열려야 좋고, 지호는 밀폐되어야 좋다. 득수(得水)란 물을 얻는 것인데 산이 물을 만나면 멈춘다. 용이 멈추는 곳에 혈이 있으며, 이는 흐르던 기(氣)가 멈추고 모이기 때문이다.

양(陽)이나 음(陰)은 홀로 생성하지 못하고 음양이 상배(相配)되어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형세를 논함에 있어 산은 움직임이 없으니 음(陰)이고, 물은 끊임없이 유동하므로 양(陽)이라는 것이다. 이를 세분하면 산에도 음양이 있고, 물에도 음양이 있다. 이 음・양이 만나서 융합하면 새로운 기(氣)가 생긴다. 이 새로운 생기(生氣)가 사람에게 발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산수가 상배해야 음양이 있는 것이 된다. 즉 득수는 음양의 화합에 필요불가결한 존재로 그 중요성이 인식된다. 풍수에서는 물의 성격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물의 기운, 물의 규모, 흐름의 형태, 수질, 물이 흐르는 방위 등을 살핀다. 물은 직선으로 빠른 흐름보다 구불구불 유장하게 산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물줄기가 돌아가는 안쪽이 길하다.

마. 방위(方位: 좌향, 일조, 남향, 채광)

생기는 땅에서만 받는 것이 아니라 태양으로부터도 받는다. 또한 모든 생물은 햇볕을 필요로 하는데, 같은 햇볕이라도 기(氣)가 일어나는 아침 햇볕을 받아야 한다. 저녁 햇볕은 오히려 생기를 잃게 하는데, 서향의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화초는 싱싱하지 못하고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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