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 사찰입지의 풍수지리적 분석 - 통도사 (4)

통도사의 풍수지리적 입지분석

한국학회 승인 2020.10.02 16:24 의견 0

2. 혈장에 의한 분석 [穴]

풍수는 불교사찰의 입지 및 사찰 터 선정의 방법, 불교문화의 내용과 사찰의 사회적 기능에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특히, 성불(成佛)은 불교적 가르침의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을 이루려면 시절과 터와 사람 인연, 즉 천시・지리・인사가 합일되어야 한다. 이를 풍수에서는 혈이라 하는데, 혈처(穴處)가 갖는 궁극적인 목적에는 이루고자 하는 생각의 결정체적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불교사찰에서 혈처는 가람배치의 핵심위치를 차지하고 사찰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기준점과 같은 역할을 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과 대웅전은 통도사 입지의 핵심적인 혈처에 위치하여, 현무봉 중출맥의 가장 강력한 입수룡에 의해 정기(精氣)를 전달받고 있다. 혈이 되기 위해서는 주산과 내룡이 있어야 하고, 음양교배를 통해 형세론적 완결을 이루게 하는 물(水)이 있어야 하며, 물이 혈의 앞쪽에서 환포(環抱)하는 형상이 되어야 한다. 󰡔금낭경󰡕에서 이 내수(來水)를 ‘전수(前水)의 법은 매번 굴절할 때 고였다가 빠져나가야 하며(法每一折瀦而後泄)”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혈 앞에서 체류한 다음에 다시 흘러가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도사의 대웅전과 금강계단 영역은 물이 굽어 볼록한 혈전(穴前)에 명당수가 전수혈증(前水穴證)을 이루고 있다. 혈처 앞쪽 정법교에서 물길이 둥글게 둘러 감싸는 궁형(弓形)의 환포(環抱)한 음양교배 형상이다. 좌우선법(左右旋法)의 좌선(左旋) 혈(穴)이니 혈판의 진행방향과 물의 진행방향이 서로 마주치는 역수(逆水)의 득수(得水) 혈로 기(氣)의 누설을 방지한다. 또한 화표(華表)와 안산(案山)으로 파구(破口)가 보이지 않는 유연한 궁형곡선(弓形曲線)을 이루고 있는 명당국(明堂局)으로, 개천이나 지세(地勢)에 따른 주변(周邊) 환경(環境)과 곡선이 조화(調和)를 잘 이루고 있다.

혈(穴)은 양택지가 음택지보다 넓고 크며, 혈판의 가장 넓은 중심적인 위치의 중심선 위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를 기부(肌附)하고 포전(鋪氈)한다고 한다. 이러한 조건에 잘 부합하는 곳이 상로전 영역의 중심선상 위에 위치한 대웅전과 금강계단이다. 또한, 󰡔동림조담󰡕 「재혈편(裁穴編)󰡕에는“상대하는 산이 높으면 높은 혈이 마땅하고, 평평하면 낮은 혈이 마땅하다.”라고 하였다. 이는 높이의 어우러짐을 통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강조한 것이다.

풍수에서 혈은 입수룡을 통해 정기를 전달받는다. 또한, 혈은 풍수의 궁극적인 목적에 해당하는데, 양균송은 혈이 갖는 특징에 대해 󰡔의룡경(疑龍經)󰡕 「하편(下篇)」에서 “혈(穴)이 주산(主山)의 형상을 따르지 않으면, 그러한 혈은 반드시 가짜 혈이거나 진짜 혈이 아닌 것”이라 하였다.

󰡔감룡경(撼龍經)󰡕 「변혈편(變穴篇)」과 󰡔의룡경(疑龍經)󰡕 「변성편(變星編)」에 따르면 혈(穴)의 형태는 주산의 형상에 따라 달라진다. 즉, 탐랑성(貪狼星) 주산은 유두혈(乳頭穴)을, 거문성(巨門星)은 와혈(窩穴)을, 무곡성(武曲星)은 겸차혈(鉗釵穴)을, 녹존성(祿存星)은 이벽두혈(犁鐴頭穴)을, 문곡성(文曲星)은 장심혈(掌心穴)을, 파군성(破軍星)은 과모혈(戈矛穴)을, 좌보(左輔) 우필성(右弼星)은 연소혈(燕巢穴)을 맺는다고 하였다.

󰡔산양지미(山洋指迷)󰡕에서는 “혈은 네 가지 세(勢)가 있는데, 겸와(鉗窩)는 양(陽)이고, 유돌(乳突)은 음(陰)”이라고 분류하였다. 유두혈은 사상(四象)으로 분류하면 소음(少陰)에 해당한다.

탐랑성의 주산을 가진 통도사에 이러한 논리를 적용시켜 본다면, 금강계단과 대웅전의 입지는 유두혈의 형상이다. 유두혈은 마치 여성의 유방처럼 생긴 형상으로, 약간은 볼록한 지형적 특징을 갖는다. 통도사의 중심 건축물 중에서 볼록한 유두혈의 형상에 가장 잘 부합하는 건축물은 대웅전과 금강계단이다. 대웅전과 금강계단의 입지는 주변 지형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입지하여 유두혈의 형상에 해당한다.

통도사 대웅전 안에는 불상이 모셔지지 않은 화려한 불단(佛壇)만 놓여 있으며, 불단 뒤에 넓게 나 있는 유리창 너머로는 금강계단이 보인다. 내부의 창을 통해 보이는 푸른 숲을 배경으로, 왼쪽 위치에 석존이 갓 피어오른 듯한 연꽃 한 송이를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타 사찰의 대웅전이 불상을 모시는 것과는 달리,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고도 불리는 통도사 대웅전은 금강계단에 모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받들고 있다.

통도사 대웅전은 예불 공간의 신비로움과 성스러움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부처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 대웅전 건물과 외부공간은 하나의 연속적 공간 안에서 도달할 수 있는 유기적 조화의 정점을 이룩하고 있다. 이

와 함께 산문(山門) 이름인 영축산(靈鷲山)은 석존(釋尊)이 󰡔법화경(法華經)󰡕을 설한 장소로 영산회상(靈山會上)이라고 한다. 아미타정토(阿彌陀淨土)와 그의 설법회상(說法會上)으로서의 미타회상(彌陀會上), 미륵정토(彌勒淨土)와 그의 설법회상(說法會上)으로서의 용화회상(龍華會上) 등의 개념과 함께 대승불교의 제불사상(諸佛思想)과 미륵정토(彌勒淨土) 사상이 폭넓게 전개된 가운데, 석가정토(釋迦淨土)와 그의 설법회상(說法會上)으로서의 영산회상(靈山會上)은 석가의 설법회상(說法會上)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표현적이고 상징적인 의미의 영산회상은 석가의 교설(敎說) 또는 불교 자체라는 뜻을 지니게 되어, 불교를 표현할 때 영산회상(靈山會上)이라고도 하게 된 것이다.

[그림 5-9] 통도사 가람배치도

통도사의 상징적인 상로전 영역의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통한 사리신앙을, 중로전 영역의 대광명전과 용화전(龍華殿)을 통한 미륵신앙과 하로전 영역의 영산전을 통해서 정토신앙(淨土信仰)을 완성한 것이다.

즉, 불가의 수평적 사고와 도가의 자연친화적 환경관, 그리고 유가의 엄격한 위계질서에 바탕을 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입지선정과 공간구성은, 통도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불보종찰로 자리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인도의 영축산은 부처가 생존하던 과거의 영산회상이었으나, 통도사의 영축산은 과거・현재・미래의 삼세에 걸쳐 부처가 상주(常主)하는 영산회상을 이룩하여,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부처를 친견할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종교적 염원이 반영된 것이었다.

나아가 실존하는 연꽃의 정적 이미지와 경건한 진신사리의 동적 이미지를 통해 삼세의 시간적 이미지를 실현하여, 불상이 없는 공(空)의 부처성을 실재하게 한다. 또한 창문을 통해 전해지는 진신사리의 상징성과 자연의 숲, 석등의 연꽃, 빛만으로 부처를 실현하고 있는 대웅전은 인간이 이룩한 부처성의 실현이며, 그 영산회상(靈山會上)의 상징과 의미는 미래의 시간성으로 연결되는 종교 영역으로 실제적으로나 관념적으로 부처를 친견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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