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 사찰입지의 풍수지리적 분석 - 통도사 (5)

통도사의 풍수지리적 입지분석

한국학회 승인 2020.10.02 16:27 의견 0

3. 사격과 형국에 의한 분석 [砂]

산의 앞면이 광채가 나며 정돈되어 있고 수려하여 지면이 균일하고 안정적이어서 보기에도 좋은 앞면(面) 그곳에서 주로 명당(明堂)이 형성(形成)된다. 용의 뒷면(背)은 낭떠러지로 지면이 안정되지 못하고, 지맥도 없으며, 험준하고 추하여 땅 색도 음산하고 어두워 무정(無情)하게 보이는 곳이다. 즉, 용맥(龍脈)의 앞면은 산의 몸체가 넓고 평평하고, 지각(枝脚, 후장)이 보호(保護)하며, 물이 둘러 감싸 안아 포옹되는 곳이다. 따라서 편안한 느낌을 주어 보기가 좋고, 산의 경사도가 완만하여 넉넉하게 사람을 품어 줄 수 있는 유정(有情)한 곳이다. 반면에 용(龍)이 내게 등을 돌린 듯한 용맥(龍脈)의 뒷면[背]은 경사(傾斜)가 가파르고 험하며, 보기가 흉하고 불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따라서 명당(明堂)은 산의 앞면에 형성(形成)되는데, 통도사 역시 영축산의 용맥(龍脈) 앞면에 입지하고 있다.

󰡔동림조담(洞林照膽)󰡕에서는 “사방이 병풍처럼 둘러싸이고, 모든 것이 모여 있으면, 이곳이 아름다운 곳”이라 하였다. 이러한 역할을 부여받은 산을 풍수에서는 사격(砂格)이라 한다. 사격은 좌청룡과 우백호, 그리고 주산과 안산이 혈을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싼 자연지형(自然地形)을 말한다. 통도사의 주변 사격들은 성벽을 이룬 듯 완벽한 보국(保局)을 만들어, 마치 병풍을 둘러친 듯한 모습으로 통도사를 보호한다. 󰡔금낭경(錦囊經)󰡕 「기감편(氣感篇)」에서는 “기(氣)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진다.”라고 하였는데, 바람을 갈무리해서 생기를 모으는 장풍(藏風)의 원리는 사신사(四神砂)에 의해 명당 안의 기운을 정체되지 않게 골고루 유통시켜주는 바람의 순기능을 유지시키면서도 명당 안의 생기(生氣)를 흐트러지게 않으려는 것이다. 또 장풍이 잘 된 명당은 산이 사방을 안온하게 감싸기 때문에 편안하며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장풍은 바람을 갈무리할 뿐 아니라, 명당을 외부와 어느 정도 단절시켜 줌으로써 명당 안의 사람을 편하게 땅과 동화시켜 준다.

사(砂) 사신사는 영축산의 정상에서 좌출맥(佐出脈)한 청룡맥(靑龍脈)은 남쪽으로 이어져 내려가 통도사 방향인 지산리 쪽으로 진행(進行)하여 동으로 들어온 용맥(龍脈)이 현무봉(玄武峯)의 주산을 일으키고 있다.

주산의 현무봉(玄武峯) 앞면 장막의 중심에서 좌출맥(左出脈)한 내룡은 부드러우며 경사가 완만한 남쪽 금강계단을 향해 진행한 은룡(隱龍)으로 내려온 내룡이 물길과 만나는 혈처(穴處)에 입수(入首)하고 있다.

주산의 현무봉(玄武峯)에서 뻗어간 청룡은 남쪽 금강계단을 감싸고 영축산문(靈鷲山門) 밖에서 백호와 관쇄(關鎖) 형태로 멈추고 있다.

영축산의 정상에서 우출맥(佑出脈)한 백호용맥(白虎龍脈)은 서쪽 백운암(白雲庵) 쪽으로 출맥하여 한피기 고개로 이어지는 장쾌한 영축산 용맥(龍脈)이 병풍처럼 세워져 있으며, 남쪽 사면으로는 수 많은 지룡(枝龍)들이 통도사로 향하고 있다. 백호용맥은 다시 시살등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여 진행하면서 생긴 북쪽사면의 수많은 지룡(枝龍)들은 통도사 쪽으로 겹겹이 감싸면서 진행하다가 백련암(白蓮庵)・서운암을 감싸고 회전하고 있다. 희고 수려한 바위산의 강하고 급경사인 험준함과 생동감의 강력한 힘에 밀려 낮게 행룡한 백호용맥은 통도사 안산(案山)영역으로 뻗어 내려오는 동안 기세(氣勢)가 완화되고 부드럽게 박환(剝換)의 변화를 이루며 공손하고 유정(有情)하게 대웅전과 금강계단의 전면을 감싸 안는 백호안산(白虎案山)을 안양암(安養庵) 쪽에 만들고 있다. 안산은 통도사 정문인 영축산문(靈鷲山門) 밖에서 청룡을 마주하고 멈추면서 관쇄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림 5-10] 통도사 전경도

영축산의 백호용맥(白虎龍脈)은 형(形)이 되고, 청룡맥(靑龍脈)은 세(勢)가 된다. 내룡(來龍)의 맥세(脈勢)를 세(勢)라 하고, 혈장(穴場) 주위 산들의 형자(形姿)를 형(形)이라 한다. 형(形)은 반드시 그침을 필요로 하고, 세(勢)는 반드시 달려옴을 필요로 한다. 형(形)이 멈춤이 없다면 기(氣)가 모일 수 없고, 세(勢)가 달려옴이 없으면 기(氣)가 완전할 수 없는 것이다. 수구가 일월 한문(扞門)으로 관쇄되어 기(氣)의 축적이 잘 되는 득수국(得水局)이다. 한편 본지산에서 분벽한 외청룡은 통도랜드를 거쳐 산문 밖에서 백호를 맞이하고 머문다.

통도사의 형국은 영축산의 백호용맥(白虎龍脈)이 만든 백호대국이다. 백호 자락에서 뻗어 내린 여러 지룡(枝龍)들이 서로 에워싸는 곳, 그리고 여러 물들이 서로 합쳐지는 곳에 자리 잡은 백호안산과 백호용맥에 의해 둘러싸인 통도사의 영역은 사면이 남쪽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일조 조건이 좋고, 겨울철의 차가운 북서풍(北西風)을 피할 수 있으며,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종교적인 장소성을 확보함으로써 통도사 영역 자체의 고유한 특성을 갖게 된다.

통도사의 청룡과 백호는 영축산(靈鷲山)에서 함께 뻗어 내린 후 금강계단과 대웅전을 에워싸고 있는데, 주맥과 더불어 모두 같은 용맥(龍脈)에서 출맥(出脈)한 본신용맥(本身龍脈)이기 때문에 큰 역량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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