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 사찰입지의 풍수지리적 분석 - 회암사 (3)

회암사의 풍수지리적 입지분석

한국학회 승인 2020.10.03 11:56 의견 0

2. 혈장에 의한 분석 [穴]

만물(萬物) 중 가장 귀한 것이 내 몸이요, 산(山)의 제일이 혈판(穴板)이다. 혈은 곧 생기(生氣)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다. 풍수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세(地勢)를 분석해서 명당(明堂)과 혈(穴)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혈(穴)을 찾자면 주산의 위엄을 살피고, 내룡(來龍)의 기세(氣勢)와 보국(保局)의 정밀(情密), 주위의 사격(砂格)과 풍동수류(風動水流)를 관찰하여야 한다. 즉, 혈은 주산의 장엄한 영기(靈氣)와 내룡의 변화적 생기(生氣), 입수의 정돌적(正突的) 취기(聚氣)와 보국의 조응적(調應的) 응기(應氣)가 있어야 한다.

혈이나 명당은 기운이 많이 모여 있는 땅을 말한다. 모든 생명체마다 생식기가 있듯이 거대한 산에도 생식기가 있다. 그것이 혈이며 생기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다. 혈은 좌선으로 변화하는 용과 우선으로 변화하는 용 위에 있다. 혈판도 좌・우선의 변화 위에 놓이게 된다. 혈이 우선이면 청룡이 있어야 하고, 좌선이면 백호가 있어야 한다. 마주 보는 쪽에 보호해 주는 용이 있어야 혈판과 득수가 되어 산수융결(山水融結)을 이룬다. 혈판이 좌・우선의 변화 없이 직선으로 내려갈 경우 물이 양쪽으로 분산되어 흐르게 된다. 이것을 양파(兩波)라 하며, 이 지세에서는 기운이 흩어지게 된다.

혈판은 배역한 백호와 청룡의 직선룡과 같이 내려가는 가파른 경사의 계곡(溪谷)으로 좌・우선의 변화 없이 계곡을 펑퍼짐하게 산과 물이 같이 내려가며, 혈판을 중심으로 물이 양쪽으로 분산되어 흐르는 양파도국(兩波到局)이다. 주룡과 내룡이 배역하는 형세로 보국(保局)을 이루지 못하여 혈판의 기운이 흩어지고 설기당하며 모든 정기가 집중된 생기가 멈추고 모일 수 있는 혈판을 이룰 수 없다.

 

3. 사격에 의한 분석 [砂]

혈 주위의 형세를 사 또는 사신사(四神砂)라 한다. 혈이나 명당은 사신사에 의해 생기를 갖고 만들어지게 된다. 주산과 안산, 청룡과 백호로 혈의 사방을 둘러싼 지형을 보국(保局)이라 하며, 이로 인해 사면에 바람을 막고 생기를 만들어 흩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장풍(藏風)이 이루어진다.

곽박(郭璞)은 “뒷산(현무, 내룡)은 정지(停止)하는 것이 좋고, 앞산은 다가와서 상무(翔無)하는 것이 좋으며, 좌측산(청룡)은 지렁이처럼 길게 꿈틀거리고 뻗어서 둘러싸이고, 우측산(백호)은 호랑이가 쭈그리고 앉아 서로 맞는 듯한 것이 좋다.(玄武垂頭 朱雀翔無 靑龍蜿蜒 白虎蹲踞)”라고 이야기한다. 사신사는 혈을 호위하고, 혈을 위한 장벽으로 장풍(藏風)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 현무(玄武)는 수두(垂頭) 혈처를 향해 머리를 숙여 감싸주고, 주작(朱雀)은 조응적 응기가 있어야 한다. 청룡(靑龍)과 백호(白虎)가 혈처를 앞면으로 마주보고, 삼태기처럼 둥글게 원형을 이루어 유정하게 감싸고 있는 장풍국(藏風局)이 혈이나 명당에 생기를 만들 수 있다.

명당이나 혈에 생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신사가 바람막이 기능, 볼록렌즈 기능, 곡면반사경(曲面反射鏡) 기능 등 세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신사의 바람막이 기능은 바람에 의해 생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강한 바람은 오히려 기운(氣運)을 분산(分散)시켜 생기(生氣)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강한 바람을 부드럽고 순하게 하려면 사신사가 사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부드럽고 약한 바람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천보산에서 이어진 한 맥이 개장과 천심을 거듭하며 남쪽 계곡에 용맥을 내린 후현무는 천보산을 향해 머리를 숙여 혈처에 등을 돌리고 있으며, 현무봉 자락의 주룡도 현무봉과 함께 천보산을 향하고 있어 혈처를 배역하고 있다. 백호의 경우, [그림 5-12]와 같이 회암사 입구 천하 제일문에서 우측 백호쪽이 굴(屈) 하면서 반대쪽 회암사지 관광안내 전망대의 백호 줄기가 볼록 튀어나와 혈판을 향해 등을 돌리며 군부대를 감싸고 있는 형국(形局)으로, 혈판을 배역한 형세(形勢)다. 청룡은 변화를 하지 못하고 직선형태로 뻗어 내려가는 직선룡의 사룡이다. 따라서 생기를 만드는 장풍국(藏風局)을 이루지 못하여 혈처에 기운이 모일 수 없고, 오히려 설기(洩氣)당한다. 외청룡은 미약하지만 혈처를 약간 감싸준 형국(形局)이다. 다만 [그림 5-14]와 같이 안산이 높지 않은 옥대사(玉帶砂) 형세이다. 현무봉과 주룡이 배역한 뒷면이고, 용호가 장풍국(藏風局)을 이루지 못하여 혈의 기운이 설기(洩氣)당하는 지세에 안산의 옥대안(玉帶案) 만으로 보국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회암사지의 사신사는 혈이나 명당에 생기를 만든다고 볼 수 없다.

[그림 5-14] 안산 (옥대사)

안산 : 임금이나 관리의 공복(公服)에 두르던 옥으로 장식한 옥띠가 안산에 있는 옥대사로, 옥대를 두른 왕이나 벼슬아치들에 의해 관리되는 형국(形局)이다.

회암사의 안산(案山)은 임금이나 관리가 공복(公服)에 두르던 옥으로 장식한 띠, 즉 옥대(玉帶)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옥대를 두른 왕이나 벼슬아치들에 의해 관리되는 형국(形局)을 의미한다. 회암사는 이 옥대사(玉帶砂)에 힘입어 한때는 옥으로 장식한 띠를 두른 왕이나 벼슬아치들에 의해 관리되었다. 하지만 끝 지점에 이르러 아쉽게도 백호 쪽으로 머리를 돌린 내룡맥으로 인해 나중에는 왕비에 의해 관리되게 되었고, 결국은 무상함만 더해주는 황성옛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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