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 사찰입지의 풍수지리적 분석 - 회암사 (4)

회암사의 풍수지리적 입지분석

한국학회 승인 2020.10.03 11:59 의견 0

4. 수세에 의한 분석 [水]

금낭경(錦囊經) 「기감편(氣感篇)」에서는 “풍수의 법은 득수(得水)가 먼저이고 장풍(藏風)은 그 다음”이라 하였다. 풍수(風水), 곧 물과 바람이라는 용어에도 나타나듯이, 혈(穴)은 용과 물 두 기운이 융결(融結)하여 이루어지므로 지세에 반드시 물이 있어야만 명당이 이루어진다. 산수를 인체에 비유하면 물은 사람의 혈맥(血脈)과 같고, 산은 사람의 형체(形體)와 같다. 사람의 생장영고(生長榮枯)는 모두 혈맥에 의한다. 이 혈맥이 순조롭게 돌아야 편안하고 건강하며, 조화를 잃으면 질병을 얻는다. 산수도 마찬가지다.

물이 오고 가면서 산을 만나지 못하면 산의 길함은 성립되지 않는다. 반드시 물의 오고 감이 산과 합치(合致)되어야 조화를 이룬다.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춘다(氣乘風則散, 界水則止). 물의 기(氣)는 산을 만나지 않으면 조화(調和)를 이루지 못하고, 산의 기(氣)는 물을 만나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산과 수에 대한 풍수적 원칙이 산수융결(山水融結)이다.

득수(得水)는 물을 얻는다는 뜻으로 처음 물이 보이는 위치를 말하고, 물이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는 지점을 파구(波口)라 한다. 물이 흘러오는 천문(天門 = 득수)은 넓게 열려 있어야 좋고 유유히 머물 듯 잔잔해야 좋다. 물이 흘러나가는 지호(地戶 = 파구)는 극히 긴밀하게 닫혀있고 밀폐되어 있어야 좋다. 이상적인 물의 형태를 궁수(弓水)라고 하는데, 물이 활처럼 둥글게 굽이쳐 돌아가는 곡선 안쪽을 말한다. 궁수(弓水)에서는 물이 잔잔하고 지기가 모여 좋은 명당을 이루지만, 반궁수(反弓水)에는 기운이 모이지 않는다.

산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경사를 이루듯, 물의 흐름도 산의 경사도와 일치하게 흐른다. 산의 경사도와 물의 경사도가 같은 방향을 이루는 것을 산수동거(山水同去)라 한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의 형태로 본다면 양쪽 계곡의 경사와 중앙에서 흐르는 물의 방향이 같은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곳에서는 결코 명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산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 서로 부딪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당은 산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서로 부딪치면서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하다. 물이 산의 경사와 반대로 흐르는 경우를 역수(逆水)라고 하며, 이 경우에만 명당이 발생한다. 산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서로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풍수에서는 나가는 물이 보여서는 안 된다. 물이 직류하여 무정한 것을 피한다. 직류하는 것을 꺼리고 굴곡하기를 바란다. 직선으로 흐르는 물은 기를 모을 수 없으며 오히려 지상의 기를 흩어지게 하고 생기까지도 씻어가 버린다. 직류수는 산과 만나도 생기의 순화(醇化)를 이룰 수 없다.

회암사의 좌향은 축좌미향이다. 입수룡은 축룡(丑龍)으로 좌선하고 있으며, 물길은 인득(寅得)에 곤파(坤破)로 좌선수(左旋水)이다. 이를 호순신(胡舜申)의 󰡔지리신법(地理新法)󰡕에 적용해보면, [표 5-1]과 같은 결과가 도출된다.

󰡔지리신법󰡕은 입수룡을 기준으로 득수와 파구에 대한 길흉을 판단한다. 그리고 길한 방향에서 득수하고 흉한 방향으로 파해야 한다는 것이 󰡔지리신법󰡕의 가장 핵심적인 논리를 구성한다. 그러나 회암사는 [표 5-1]과 같이 󰡔지리신법󰡕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배경에는 회암사가 고려 때 인도의 지공(指空) 화상에 의해 창건된 이유가 보다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표 5-1] 회암사의 지리신법 적용 여부 검토결과


회암사의 물길은 정청의 우측(백호 쪽) 물길이 앞으로 곧장 직류하고, 좌측(청룡 쪽) 물길은 혈처를 관통하지만 작은 물길이다. 그러나 좌측 외청룡 쪽 깊은 계곡에서 발원하는 큰 물길은 정청 앞에서 곧장 앞으로 직류한다. 큰 물길이 좌우에서 앞으로 곧장 직류하기 때문에 나가는 물이 보이며 산과 물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산수동거(山水同去)로 혈처의 기를 흩어지게 하고 생기까지도 속 시원하게 씻어가 버린다. 풍수에서는 수구의 관쇄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물이 속수무책으로 곧게 빠지는 형태를 최악으로 여긴다. 이것은 지기의 급속한 투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세에서는 기가 멈추고 모이는 명당 즉 결혈(結穴)을 이룰 수가 없다. 이것은 호순신의 󰡔지리신법󰡕에 나오는 입수룡을 기준으로 한 득수와 파구에 대한 길흉판단 기준, 즉 길한 방향에서 득수하고 흉한 방향으로 파해야 한다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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