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열 ] 회암사의 풍수지리적 분석 결론

풍수지리사상은 자연 파괴등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입지를 선정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

한국학회 승인 2020.10.03 12:07 | 최종 수정 2020.10.17 09:52 의견 0

회암사는 충숙왕 15년(1328)에 인도에서 원나라를 거쳐 고려에 들어온 지공화상이 인도의 아라난타사를 본떠서 창건한 266칸 규모의 큰 사찰이었다.

회암사에 반영된 풍수적 특징을 풍수이론의 용・혈・사・수의 4대 구분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용(龍)은 현무봉과 주룡이 혈처를 배역한 용의 뒷면에 해당한다.

둘째, 혈(穴)은 평지가 아닌 가파른 경사의 계곡(溪谷)을 계단식으로 만든 혈판이다.

셋째, 사(砂)는 백호(白虎)가 혈처에 등을 돌린 배역한 용의 뒷면이고, 청룡이 직선으로 내려가는 사룡이다. 게다가 혈판을 중심으로 물이 양쪽으로 분산되어 흐르는 양파도국(兩波到局)으로 인해 지기가 흩어지고 설기 당하는 지세다. 사신사 중 옥대사(玉帶砂)의 안산이 있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장풍국(藏風局)의 보국(保局)을 이루지 못하였다.

넷째, 수(水)를 보면 물길이 혈처를 관통하는 작은 물길이 있으나, 혈판 좌우에서 큰 물길이 앞으로 곧장 직류하는 산수동거(山水同去)로 인해 혈처의 지기가 흩어지고 생기까지 씻겨 내려가고 있다. 특히 주산 양쪽에서 발원한 물이 전면에서 직거하고, 직충하는 바람의 속도가 매우 빨라 땅의 기운(氣運)이 분산(分散)되어, 생기(生氣)가 모일 수 없다.

회암사의 입지는 산수의 형세가 인도의 란타사와 같다는 이유로 입지한 것이지 풍수적 논리에 따라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고려 말과 조선 초에 걸쳐 국가와 왕족의 원찰(願刹)로서 큰 영화를 누렸던 회암사가 결국 폐사에 이르게 되었던 것은 분석결과 그 입지가 풍수이론의 용・혈・사・수의 기본적인 지형조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풍수사상 도래 이전의 사찰들은 전통적인 토속신앙이 신성시하던 삼산(三山) 오악(五岳)의 영지(靈地) 또는 성지(聖地) 성소(聖所)와 왕성(王城)의 도심에 입지했다. 이러한 사찰들은 사면의 바람을 막고 생기를 모이고 멈추게 하는 사신사(四神砂)와 용(龍)을 갖지 못한 채 장풍(藏風)과 득수(得水)의 풍수기본인 보국(保局)을 갖추지 못했다.

산이 없는 평탄하고 넓은 들판의 평야지대에 건립한 익산 미륵사지, 경주 황룡사지 흥륜사지 분황사지 같은 폐 사찰들은 양택의 3대 요소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전저후고(前低後高)와 산포수회(山抱水廻)등 풍수적 지형조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고 지기가 부족한 땅에 자리 잡고 있다.

풍수가 요구하는 지형 조건을 갖춘 입지에 자리 잡은 사찰은 천년고찰로 성장하지만, 그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입지에 자리 잡은 사찰은 폐사가 되어 사지(寺址)로 남게 되었다.

이것은 풍수적 논리를 통해 입지를 선정하지 않은 사찰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풍수지리사상은 우리의 전통적인 “터 잡기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땅에 대한 인간의 욕망 충족이 최대한 자연의 섭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풍수적 논리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용・혈・사・수가 풍수적 조건을 얼마나 충족시키는가는 계량화된 측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만 평가될 수 있고, 또한 풍수 자체가 수많은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풍수사상은 입지에 대한 보편타당한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객관적인 평가 변수와 계량적 측정 방법을 개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풍수지리사상의 본질적인 목표는 자연 파괴등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인 입지를 선정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중시하는 풍수지리적 사고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속 가능한 국토 개발 방안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풍수지리사상이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사찰풍수를 통해 입증하는 것, 그것이 본 연구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회암사지 (사진클릭=>양주시립 회암사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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